감성 = 로맨틱?
언제부턴가 내게 꽃은 상당히 성가신 존재였다. 향기롭고 이쁘고 마음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싸고 금세 시들고 부지런히 봐주어야 모양새가 나쁘지 않다는 단점이 더 큰 탓에 꽃은 나를 꽤 불편하게 만든다. 그런 내게 한 지인이 불쑥 건네준 꽃한다발은 불편한 손님이었다. 나의 손님은 어색하게 집안의 한 구석을 차지한 채 며칠을 지냈다.
유달리 피곤한 날, 몸을 겨우 끌고 오다시피 집에 들어선 순간 지친 몸과 맘을 잊게 해준 넘치는 코끝의 향기에 취하고 말았다. 쓰다듬기는커녕 잘 바라보지도 않았던 꽃이 뿜어내는 근사한 향에 생각지 못한 활기를 얻었다. 어쩌면 자연이 내게 준 제대로 된 선물이다. 의도적(?) 구박에도 보이지 않게 감싸준 행복에 아름다운 꽃이 주는 감사함을 조금 귀찮다하여 내치는 무디게 변해가는 나의 감성에 놀라고 반성도 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나의 마음을 함부로 들키지 말아야 한다고 교육 받았다. 속상해도 참고 화가 나도 조금 억제하고 기뻐도 행복해도 덜 표현하라고 은근히 압력을 주었다. 악을 쓰고 울거나 돌발적인 커다란 웃음소리로 핀잔을 들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 감정을 억제하는 것이 생활하는데 어려움을 덜 겪는다는 것을 스스로 터득해 나갔다. 남자라면 사내자식 운운하는 통에 흐르는 눈물을 가슴으로 막아야했던 기억들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울음을 참느라 콧물은 더 쏟기고 목젖은 타들어가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이는 나의 감정의 소중함을 알기보다 타인의 감정을 더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예의범절에 중심을 둔 교육이다. 물론 남에게 폐를 끼쳐서는 안 되겠지만 정작 느끼고 알아야 할 나의 감정은 등한시 되어버렸다.
마음속에 이는 여러 뒤엉킨 감정들을 표현해 내는 것을 감성 표현이라 하는데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꾹꾹 누르다보면 정말 중요한 내용을 전달 못할 때가 많다. 생각을 꿀떡 삼키다보면 어느 순간에 표현하는 것이 서툴고 겁부터 덜컥 나기 시작한다.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일이 평생의 과제로 남는 사람들도 꽤 된다. 습관이 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얘기일 것이다. 지니위니 아이들의 경우도 하고픈 이야기가 많아 끊임없이 재잘대다가도 정작 해 보자며 하얀 종이를 펼치는 순간 나 잘 못해요 하며 꽁무니를 빼버린다. 어린 아이들인데도 의외로 표현에 인색하고 서툴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해봐서 못하는 것이라며 맘을 놓게 하여 즐거움을 던지면 조금씩 반응하고 말로, 글로, 그림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한 번 풀리기 시작하면 너도 나도 자신의 이야기에 들뜨게 된다. 이처럼 감성표현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고 표현하면 할수록 더 구체적이고 제대로된 정보나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지나치게 드러내어 겪게 되는 실수나 불편함으로 삼키고 답하지 않는 것도 표현이며 답이란 것을 자연스레 깨닫기도 한다. 사소하게 쪼개어 분석하는 것, 다양한 내용을 함축적으로 묶어보는 것 이 모든 것이 어릴 때부터 몸에 밴 표현에서 만들어진다.
결국 감성을 키우는 일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며 자신의 의견을 보여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을 만드는 일이다. 누구나 감정이 엮이지 않으면 상대가 어떤 행동, 어떤 말을 하여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아니 아예 관심이 없다. 하지만 감정이 일기 시작하면 전화 한 통, 문자 한 번, 침묵 일 분이 굉장한 고통으로 온다. 단지 전화 한 번, 메시지 답 한 번, 대답 한 번 안 했을 뿐이다. 이럴 때 쌓아두기 시작한 감정 때문에 이유 없는 화나 불안, 외로움에 치를 떤다.
감성은 힘이 세다. 절대 움직일 것 같지 않은 철통같은 마음의 벽을 단번에 허물어 버릴 수 있는 괴력을 가졌다. 지나친 감성이 신뢰감을 깨뜨리는 문제점도 낳을 수 있으나 마음을 변화 시키는 감성 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활동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의 지혜를 배우고 신기하고 놀라운 문화 체험으로 새로운 생각을 여는 힘을 키워 나간다. 아이의 미래를 맘대로 의심하고 넘치는 걱정은 숨겨두고 지금의 내 마음과 아이의 마음을 인정하고 공감하려 애쓰고 올바르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는 아이에게 왜 울기만하냐고 못살겠다고 소리칠 일이 아니라 울 일이 아니라는 이유와 우는 것 때문에 사실 내가 창피하다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면 아이 역시 나를 이해하기 시작하고 존중한다.
대부분의 미래학자들은 미래의 세상은 감성이 발달할수록 커다란 성장을 한다고 예언한다. 어쩌면 앞으로 우리 아이들의 세상은 자신의 명함에 감성과 이성이 함께하는 ○○○라고 표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표현법을 배운 사람은 평범하고 무덤덤한 일에도 아름답고 풍요로운 스토리를 만들 여유를 가질 것이며 궁금증이 있을 땐 해결 거리를 찾으려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된다. 다양하게 표현하는 능력을 키우고 즐길 줄 안다면 미래를 받아들이는 이해와 탐구에 몰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이다.
- 지니위니 대표원장 차윤심